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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취미/글 2022. 4. 13. 19:23
'슬픈'이라는 수식어를 제외한 이름을 가진 작품이 이미 존재한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짧은 글의 제목도 어찌 보면 거기서 따온 것일 수도 있겠다. (내용은 완전히 다르겠지만)
20대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행복한 일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다사다난했다.
그 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일은 학교를 바꾼 것이다. 이제, 나도 드디어 행복해지는구나 싶었다. (물론, 내가 전적대 때문에 불행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나의 근본적인 마음가짐을 바꾸고 이젠 인생이라는 길을 조금 더 가볍게 걸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분명 행복한 것은 맞다.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그 동안 너무 많은 풍파를 겪어서일까, 난 너무 지쳐버렸다. 주인과 사막을 함께 횡단했던 낙타가 목적지에 힘없이 쓰러졌다. 낙타는, 뺨 위로 느껴지는 거친 감촉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꿈을 꾼다.
눈을 감았다 뜬다. 영겁동안 지속될 것 같던 어둠이 돌연 걷히더니, 수 초 이내로 시야에 주변 형체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칠판이 보이고, 책상이 보이고, 생활복을 입은 아이들이 보인다. 교실이다.
그래, 다 꿈이었구나. 고등학생인 나는 크게 웃는다. 웃다가 눈물이 흐른다.
옆 자리 친구가 묻는다.
"xx아,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울어?"
그럼 나는 여전히 울면서 답하겠지.
"아 그냥.. 꿈을 꿨어. 아주 슬픈 꿈을. 하룻밤을 다 새도 끝낼 수 없는 이야기를 가진 꿈을 말이야."
그 곳의 나는 다양한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
많은 일들을 겪어.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보다 더 많은 일들을.
많이 울기도 했어. '난 불행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기도 했고.
힘든 여정이었어.
너무 힘들었어.
그래도 깨기 직전에 나는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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