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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손해지지 말자
    취미/글 2022. 7. 14. 01:27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릴 적부터 난, 이상하게 그런 사람들을 많이 접했다.

    나보다 머리 좋은 사람, 집안이 좋은 사람, 특정 분야에 재능이 출중한 사람 등등...

    그래서 그런가, 2번의 대입 실패 후부터 나 자신을 낮추는 행동이 몸에 베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운 좋게 붙은 지금 이 학교. 이 학교는 (물론 전 학교도 좋긴 했지만) 이전 학교보다 뛰어난 학생들이 많았고, 그런 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볼품없는 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일구어 놓은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스스로 생략한 채 나 자신을 표현했다.

    "저는 말하는 감자예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전에는 항상 전공 관련 성과를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곤 했는데, 이 마저도 이번 학기 동안에는 올리지 않았다.

    남들이 해 놓은 것에 비해 나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건 너무 볼품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러던 중,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절대로 악의는 없었다. 그냥 가벼운 칭찬이었다. "xx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류의.

    집에 와서 그 말을 곱씹어 보았다. 절대 기분이 나빴던 게 아니다. 그냥 뭔가가 이상했던 것이다.

    '이런 것'이 가리키는 건, 내겐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이 길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 말인 즉슨, 몇년 전부터 내게 몸에 베여 있던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걸로 칭찬을 듣는다고? 난 그 자리에서 지난 4년 간의 삽질과, 지난 반 년 간의 나의 행동을 되돌아 보았다.

    (여기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난 절대 타인의 행동을 지적하는 게 아니며, 그걸로 기분이 상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럴 만 했다."

    이건 내가 나 자신을 너무 낮춘 것에 대한, 업보였다.

    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재작년, 작년, 올해 '이런 것'과 관련된 기술을 사용하여 작업을 수없이 해왔던 것도. 몇 개의 앱 개발을 한 적이 있던 것도. 게임 비슷한 걸 만든 적이 있다는 것도. 논문을 몇 편 읽어본 적이 있다는 것도.

    그 당시엔 어린 나이었으니까 큰 성과가 안 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작다고 그것을 "없던 일"로 치부하고, 그저 나에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누덕누덕한 포장지를 씌웠던 것이다!

    그리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당연히 나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 다니니까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게 된다.

    아,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나 자신에게 말이다.

     

    앞으로는, 그것이 별 것 아닌 일이라도 그냥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내 티어가 골드인데 그저 다이아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를 그저 '브론즈'라고만 말하면,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남들은 "와, 쟤 진짜 겸손하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티어가 진짜로 브론즈라고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내 티어가 다이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골드'까진 된다고 당당히 말하면, 남들은 내가 보는 '나'와 동일하게 나 자신을 인정해준다.

     

    그러니까 겸손해질 필요가 없다. 아니, 그것은 애초에 "겸손"이 아니라 "자기 비하"와 다를 바가 없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론 내가 해냈던 일은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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