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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 비교적 최근의 나취미/글 2021. 3. 26. 01:27
(설마 그럴 일이 있겠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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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고민해왔던 저의 아킬레스건을 처음으로 제대로 풀어써본 글입니다.
9개월 전의 저이기에, 비교적 저의 최근 가치관과 생각을 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 고민중에 몇 가지는 답을 찾은 것도 있고, 아직은 답을 찾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부끄럽네요...하하-----------------------------------
여기, 대구는 간만에 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새벽의 고요한 공간 속에는 오직 맑은 빗소리만이 창문 너머로 들릴 뿐입니다.
이 날씨가 지속된다면 아마 내일은 야구 경기를 못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어제 삼성은 상대 팀에게 이겨, 경기가 취소되어도 별 생각 없을 것 같긴 하지만요.
어김없이 나는 지난 내 인생 23년을 돌아봅니다. 아니, 정확히는 17살부터 지금까지, 수험생 시절부터 대학생까지의 기간 동안만입니다. 이러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인생을 알차게 살아가고 있는가?
가장 최근 내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졌을 때,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생일 적에는 내 인생에 비교적 긍정적인 태도를 지녔지만 지금은 ‘내 인생이 언젠가부터 꼬였다’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두 번의 입시에서 보란 듯이 실패만을 겪었던 사람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다 취업 준비를 하는 마당에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운’이라는 것은 매 사건의 총량으로 계산된 우리의 인생의 평형을 깨뜨릴 수 있는 힘이라고. 처음 그 말을 보았을 때 우리의 인생을 정확히 묘사한 것 같아 전율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 운에 ‘데였던’, 최악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안 좋은 사례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특정 대학교 하나만을 바라보고 하루에 13시간, 14시간, 혹은 그 이상 공부했던 것이 OMR 하나 잘못 그었다고 산산조각이 나 버렸으니까요. 홀로 KTX를 타고 서울에 와 평가원 사옥까지 가기 위해 함박눈을 밟으며 서울 도심을 거닐었던 그 추운 겨울날이 아직도 내겐 생생합니다. 수능을 다시 준비하느라 통째로 날아가 버린 2017년을 뺀 나의 진정한 20대, 21살의 첫 단추는 덕분에 행복과 설렘이 아닌 눈물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2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기간 동안 대학 생활은 그럭저럭 잘 보냈습니다. 학교도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2년간 재학생 자문단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대학만 간다면 입시에 대한 미련이 사라진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겐 거짓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입시 시절 썼던 스터디 플래너만 읽어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고1, 고2, 고3, 재수까지, 매일 플래너와 책상과 필통과 ... 수많은 곳에 아로새겼던 나의, 이제는 빛바래버린 그 꿈. 평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기에는 나는 너무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라, 참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편입을 진지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스트레이트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이 목표였습니다. 그것을 다 포기하고, 연어마냥 다시 입시와 대학 생활 그 어딘가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했던 것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기회비용이 수반되는 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꼼꼼히 이해득실을 따졌습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이 항상 그랬듯, 답이 좀처럼 쉽게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우선 근본적인 질문부터 막혔습니다. ‘학벌이 “알찬 인생”과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는가?’ 내 주변에 멘토가 될 만한 선배나 어른이 별로 없기도 했지만, 그것을 떠나 학벌과 인생의 성공 여부를 쉽게 연관 지어 일반화 시킬 수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극단적으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흔히 명문대라고 부르는 SKY를 다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출발선부터 달라진다.’ 그리고 거기에 많은 사람들은 동조했습니다. 멋모르고 수능 공부만 했던 수험생의 나였으면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이, 편입에 대한 결정을 쉽지 않은 고민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편입을 해서 확실한 메리트가 없다면, 코딩을 열심히 하고 관련 스펙을 쌓을 시간에 굳이 미적분과 물리 공부를 다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문득 떠오릅니다. 입자의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지 못하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모른다는 내용입니다. 나와 우리의 인생이 존재하는 이 세상의 추상적인 흐름은, 미시 세계만큼이나 불확실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편입 생각으로부터 마음을 거의 돌린 상태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나의 인생은, 그뿐만이 아닌 나의 존재 자체까지도 이제는 위태롭게 느껴집니다.
스물세 살 반,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날 밤에 문득,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좋은 밤 되세요.'취미 >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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